이륙을 시작한 비행기는 점점 하늘로 올라간다. Y는 비행기를 탈 때 마다 창가 자리를 예약한다. 이미 계획한 여행도 비행기 창가 자리가 잡히지 않으면 계획을 미루기도 했다.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 모두가 그렇겠지만 이착륙 때 창밖을 내려다 보기 위해서였다. 이륙을 하는 비행기에서 바깥을 내려다 보면, 사람은 물론 차도 건물도 모든 것이 점점 작아지고 점처럼 ...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이상하다고. 아무튼간에 뭔 일이냐면, 새벽 두 시에 인스타 알람이 떴는데 걔가 좋아요 눌렀더라고? 응. 저번에 우리끼리 여행가서 찍었던 거. 그니까. 그게 벌써 몇 달 전이야. 근데 분명 알림이 떴는데 좀 지나니까 좋아요가 없어진 거야. 어. 그니까. 그게 금방 없어진거면 실수라고 생각하겠는데, 나중에 지운 거잖아. 어떻게 생각하냐...
P는 천장 높이까지 꽃힌 책들을 보며 여기에 있는 책 태반이 가짜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상기했다. 여기를 지나는 사람들이라면, 이 에스컬레이터를 타며 오르내리는 사람들이라면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사다리도 간이 계단도 가져다 놓지 않은 이유는 그것 때문이다. 어차피 뽑을 일이 없으니까. 그럼에도 이 거대한 책장의 위에는 커다란 글씨로 '도서관'이라고 쓰여 있...
"오늘이 그 애 발인이야." L은 현관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손에 든 우산은 비에 젖어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딱 1년 만의 재회였다. L의 정돈된 검은색 머리카락과 까만 정장을 입었음에도 C는 이것이 무슨 상황인지 인지하는데 잠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미처 인사를 하기도 전 L이 꺼낸 말은 그의 혼란을 한 번에 정리하기에 충분했다. ...
"와. 진짜 나오네." "뭔 소리야. 지가 나오자고 해놓고." 지하철 역 앞에서 S는 K를 만났다. 추석 연휴의 첫번째 날 오후였다. 사람들이 고향으로 떠난 서울은 마치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떠난 공해(空海)처럼 텅텅 비어있다. 오히려 한국인보다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서울에 지내며 외국인이나 다른 인종을 보는 것은 일상다반사이지만 S는 자신이 잠시 2...
"… …." "많이 밀리네." "그러게." "… …." "… …." "인간들 토요일에 집에서 잠이나 자지 왜 다 기어나와서는." "우리도 나왔잖아." "응." "그럼, 뭐." "그렇다고." "… …." "… …." "되게 이상하다." "뭐가?" "이렇게 다리 위에서 길 막히는 거." "그게 뭐?" "좀 무섭잖아." "무섭다고?" "다리 끊기면 바로 한강으로...
[ 야 ] [ 나 ] [ 좆됐다 ] [ ??? ] [ 나 지금 일어남 ] [ 어제 11ㅅㅣ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 기절했는데 지금 일어났음 ㅅㅂ ] [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지금이 11시잖아 ] [ 거의 24시간 잤네 ] [ 미쳤다 진심 ] [ 미래에 온 걸 환영한다 친구야 ] [ 회사에서 부재중 전화 17건 와 있는데 어떡하냐 ] [ ㅋㅋㅋ...
L은 카페가 싫다. 정확하게 말하면 최근 5년 이내에 우후죽순 생긴 카페들이 싫다. 천장과 벽, 어떨 때에는 바닥 마감재까지 뜯어낸 내부는 꼭 음료에 콘크리트 가루나 먼지, 곰팡이 포자 같은게 들어가기 딱 좋게 생겼다. 카운터나 주방에 피어난 검은 곰팡이 흔적은 보기만 해도 헛구역질이 났다. 주택이었던 건물들은 좁고 복잡한 구조 때문에 아무리 천장을 뚫더라...
"그거 알아요? 요즘 드라이플라워 많이들 하잖아요. 그런데 거기에 벌레 알 같은 게 많이 묻어있는 경우가 있어서, 함부로 집에 놓거나 하면 안된다네요." 드라이플라워 유행은 이미 오래 전에 지났고, 거기서 권연벌레 나오는 것도 다 알거든. 아마 당신 빼고 다 알걸. 그리고 그걸 굳이 플라워 카페에 와서 말하는 이유는 뭔데?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다 비워...
아. 씨발. 또 잃어버렸다. 이 책상에서 뭘 잃어버리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정말 잃어버리면 안되는 것을 잃어버렸다. 비품 주문서는 물론이고 행사 계획표, 보안 일지까지 다 들어 있는 UBS 드라이브다. 분명히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책상 위에 있었는데 점심을 먹으러 자리를 비운 50분 사이에 없어진 것이다. 이거 오늘 저녁에 직원회의에서 써...
K의 에코백이 찢어졌다. 정확히는 가방끈이 떨어졌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하필이면 사람들이 가득한 번화가 한복판에서였다. 가방 안에 들어있던 텀블러는 뚜껑이 열려 이리저리 튕겨나가 내용물을 사람들의 신발과 바지자락에 흩뿌린다. 보조배터리에 연결해놓았던 핸드폰은 가장자리의 액정이 나갔다. 화면이 보라색으로 번지는 것으로 봐서 오늘 내로 무조건 A/S를...
4교시를 첫 수업으로 잡은 목요일의 등굣길은 편안하다. 애매한 시간 탓에 도로는 한산하고,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적어서 원하는 자리에 혼자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 기사가 틀어놓은, 노래보다도 웃음소리가 더 많이 들리는 FM 라디오도 이 시간에는 감상적이기까지 하다. 마치 일본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적...
(구) Second Ezequ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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